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UNDERGROUND ON THE GROUND

프로젝트 의미

오늘날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 정보화의 구축과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국제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화 현상은 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왔던 문화 패턴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로컬 문화를 발전시키고 새롭게 창조하는 글로컬(glocal) 문화로 옮아가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문화 혼종(culture hybridization)과 예술 상호주의에 따라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 해체된 가운데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리즘이 세계를 획일화시키는 지배문화의 산물이었고, 지역중심주의가 이질화의 방법론으로 극복하려 했다면, 범지구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라는(to think globally and act locally)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 전략은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은 글로벌과 글로컬의 분리 불가능성처럼 확연히 구분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내부적이고 미시적인 요소들 사이의 차이와 다름, 즉 질적 다양성이 외부적이고 거시적인 틀에 영향을 미치며 문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이룩해왔다. 수직적 관계의 서열 구도가 아니라 수평적 차이들로 조직되어 얽혀 있는 모습이 바로 세계이다. 공생하며 공동의 발전을 일구는 세계는 공진화(供進化, coevolution)한다. 인천광역시가 후원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8 인천문화재단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Underground on the ground’는 ‘경계 없는 출구(Exit without boundaries)’로서 아름다운 공진화를 통해 지역 문화의 다층적인 담론들을 형성하는데 의의를 둔다. 지역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며, 지역적인 것이 어떠한 방법으로 세계-지역, 전체-부분, 전통-현대, 서양-동양, 보편-개별의 이항 대립적 구도를 벗어나며, 어떻게 세계적이면서 동시에 지역적일 수 있는지, 나아가 지역성에 의해 수정되고 변경되는 세계성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떻게 문화‧예술적 차원에서 동시적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실험한다. 지역문화의 자생력과 대안적 전략을 구상함에 있어서 세계와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평화와 공생을 위한 도약을 꿈꾸는 것이다.

예술이란 끊임없이 주변을 중심화시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주변은 끊임없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중심은 자기 확장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다. 예술을 도구로 탈중심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에서 기존의 중심에 상대화할 수 있는 시각의 생성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Underground on the ground’를 통해 인천예술정거장이 동질적 공간으로서의 공공(公共)이 아니라, ‘동질적 의미’를 찾고 ‘공공향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그라운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탈 (2018 인천문화재단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예술감독) 

프로젝트 개념

지리적 경계를 초월하여 전 세계가 연결된 21세기적 현상은 초국가적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을 귀환하고 있다. 코즈모폴리터니즘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소속됐다는 협소하고 배타적인 의미의 시민의식에 머무르지 않고, 그 경계를 넘어 ‘세계의 시민’이라는 의식을 심어 주는 세계화 시대의 윤리를 요청한다.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은 글로벌(global)과 글로컬(glocal)의 분리 불가능성처럼 확연히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시대가 된 것이다.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 이론가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은 이러한 전지구화된 현상에서 ‘지구(globe)’라는 용어가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다양성을 단일화하는 개념으로 쓰인다며, ‘행성(planet)’이라는 개념을 쓸 것을 제안한다. 이는 개별생명체들 각각의 고유한 다름(alterity)과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의미로서의 개념이다. 그러한 스피박의 이론에는 ‘사랑’이 내포되어 있다. 관념화된 사랑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비판적인 분석 끝에 도달한 사랑이다. 그래서 스피박의 ‘행성적 사랑(planetary loves)’은 우월/열등, 위계/비교와 같은 이분법적인 분리가 존재하지 않는 평행한 우주를 지향한다.

2018 인천문화재단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Underground on the ground)’는 이러한 지구라는 행성의 평화와 공생을 위한 실천 전략으로써 가까운 이웃과 타자들에 대한 환대를 주요 개념으로 삼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우리 행성이 공통적으로 껴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생태와 환경, 전쟁‧폭력‧테러, 난민, 기아, 젠더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가운데 다층적인 시각을 구성해낸다.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글로컬한 사유와 예술적 행동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도 실험한다. 지하철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현대미술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시각예술의 현재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고경옥 (2018 인천문화재단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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